짭짤하면서도 씹을수록 고소한 맛, 멈출 수 없는 쫄깃한 식감으로 우리를 사로잡는 건어물은 간단한 간식부터 술안주, 든든한 반찬까지 다재다능한 건어물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수산 가공품입니다. 흔히 접하는 다양한 건어물들이 단순히 수분을 말린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건어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건조 방식에 따라 쫄깃함과 풍미가 얼마나 다르게 변화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 건어물이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왜 말리는 걸까요?
건어물이란 생선이나 조개류 등 수산물을 건조시킨 모든 식품을 일컫습니다. 신선한 어패류는 수분 함량이 70~80%에 달하는데, 이렇게 수분이 많은 환경에서는 미생물이 번식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수분 함량을 40% 이하로 낮추면 세균류의 번식이 완만해지고, 20% 이하에서는 세균 번식이 완전히 정지됩니다. 따라서 어패류를 말리는 과정은 미생물의 발육이나 효소 작용을 억제하여 상하기 쉬운 수산물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인 것이죠.
건어물의 역사는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일 것으로 추측될 만큼 아주 오래되었습니다. 냉장이나 냉동 기술이 없던 시절, 어획한 어패류를 보존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건조시키는 방법을 개발하게 되었을 겁니다.
고려 시대에는 임금님께 바치는 진상품으로 건어물을 공납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조선 시대에는 건어물의 종류가 더욱 다양해져 오늘날 우리가 흔히 접하는 명태, 조기, 멸치, 전복 등을 말린 건어물이 내륙 지방까지 유통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오랜 역사 속에서 우리 식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온 건어물은 단순한 보존 식품을 넘어, 건조 과정 자체에서 단백질 함량이 더욱 풍부해지고 특유의 맛과 쫄깃한 식감이 더해지는 매력적인 식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별도의 번거로운 조리 과정 없이 간단한 간식이나 안주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2. 건조 방식에 따른 건어물의 다채로운 변화
건어물은 어떤 방식으로 건조하느냐에 따라 그 종류와 특징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1. 소건품 (素乾品)
- 몸집이 작거나 얇은 어패류를 세척 후 그대로 건조시킨 건어물을 말합니다. 큰 생선은 건조 과정이 오래 걸려 부패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작은 어패류가 소건품으로 만들기 적합합니다. 우리가 흔히 간식이나 안주로 즐겨 먹는 오징어나 문어, 그리고 국이나 찜으로 요리할 수 있는 명태, 대구 등이 대표적인 소건품에 속합니다. 이러한 소건품은 자연 바람에 천천히 건조되면서 고유의 맛과 함께 쫄깃한 식감이 살아나는 특징을 지닙니다.
2. 염건품 (鹽乾品)
- 어패류에 소금을 뿌리거나 소금물 또는 바닷물에 담근 뒤 말린 건어물입니다. 소금의 천연 방부 효과로 위생적으로 안전하며, 건어물에 짭짤하게 간이 배어 맛을 더해줍니다. 대표적인 염건품으로는 굴비 등이 있습니다. 소금은 수분을 더욱 효과적으로 제거하여 더욱 꼬들꼬들하고 탄력 있는 식감을 만들어냅니다.
3. 자건품 (煮乾品)
- 어패류를 한 번 데친 뒤에 건조시킨 건어물입니다. 끓는 물에 데치는 과정에서 미생물을 죽이고 남은 지방질을 제거하여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멸치나 새우 등이 대표적인 자건품이며, 데치는 과정에서 단백질이 응고되어 약간 더 단단하면서도 부서지기 쉬운 식감을 갖게 됩니다.
4. 조미건품 (調味乾品)
- 어패류에 간장, 설탕, 소스 등의 조미료를 바른 뒤에 건조시킨 건어물입니다. 우리가 간식으로 자주 먹는 맛오징어와 안주로 인기 있는 반건조 조미노가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조미 과정에서 수분이 일부 제거되고, 조미료의 성분들이 더해져 달콤하거나 매콤하면서도 쫀득한 독특한 식감을 만들어냅니다.
5. 동건품 (凍乾品)
- 어패류를 얼리고 녹이는 과정을 반복하여 말린 것으로, 대표적인 동건품은 명태를 말린 황태입니다. 태양열로만 건조하는 것보다 육질의 변질이 적어 품질이 우수하다고 평가받습니다. 영하 10도의 고산지대에서 겨울 내내 찬 바람에 말리는 황태는 건조 과정 중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살이 굉장히 쫄깃하고 부드러운 독특한 식감을 자랑합니다.
6. 배건품 (焙乾品)
- 어패류를 불에 한 번 구운 뒤에 건조시킨 것으로, 독특한 풍미가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도미, 복어, 붕장어, 가자미 등이 배건품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굽는 과정에서 수분이 일부 증발하고 단백질이 변성되어 겉은 살짝 바삭하면서 속은 쫄깃한 풍미 깊은 식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3. 건어물계의 대표식품! 그 쫄깃함의 비밀은?
특히 우리에게 친숙한 몇몇 건어물들은 건조 방식에 따라 쫄깃함의 정도가 확연히 달라지는데요, 건어물계의 대표식품을 통해 그 비밀을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먹태, 황태, 짝태
- 모두 명태를 건조시킨 건어물이지만, 건조 방식에 따라 이름과 식감이 다릅니다. 황태는 얼린 동태를 영하 10도의 고산지대에서 겨울 내내 찬 바람에 말려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며, 국물 요리에 특히 좋습니다. 반면 먹태는 비교적 따뜻한 날에 명태를 말려 겉이 거무스름하게 변한 것으로, 최근에는 동결 건조 방식으로 대량 생산되기도 합니다. 황태처럼 얼고 녹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 살결이 좀 더 촉촉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을 가지고 있어 마른안주로 인기가 많습니다. 짝태는 명태를 활짝 펼쳐 소금에 절인 뒤 넓적하게 말린 것으로, 기본적인 간이 배어 있어 짭짤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으로 안주로 즐겨 찾습니다.
2. 노가리
- 생선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사실 2~3년 정도 된 어린 명태, 즉 명태의 치어를 말린 것입니다. 우리가 접하는 노가리는 대부분 러시아나 미국에서 냉동 상태로 수입한 것을 해동 후 조미 과정을 거쳐 반건조 시킨 것입니다. 건조기 열풍 방식으로 반건조 시킨 노가리는 구이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며, 고소한 맛과 함께 쫄깃한 식감이 특징입니다.
3. 가문어
- 문어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대왕오징어의 다리를 조미 건조시킨 건어물입니다. 쫄깃쫄깃 씹는 맛이 뛰어나 버터와 함께 살짝 볶아 먹으면 훌륭한 맥주 안주가 됩니다. 대왕오징어 자체의 탱탱한 육질이 건조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응축되어 쫄깃한 식감을 선사합니다.
4. 오징어 (마른 오징어)
- 한반도 근해에 서식하는 다양한 오징어 중 우리가 주로 먹는 것은 '살오징어'입니다. 오징어는 회, 볶음, 숙회 등 다양한 요리로 즐기지만, 간단하게 구워 먹는 건조 오징어는 특히 인기 있는 주전부리이자 안주입니다. 전통적인 건조 방식은 덕장에서 해풍에 말리는 것이지만, 요즘은 건조 기계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4. 위생적인 건어물 선택,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일부 건어물 작업장의 비위생적인 환경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맨바닥에 오징어를 늘어놓고 발로 밟거나,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는 모습이 공개되어 소비자들의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논란은 건어물 구매 시 제조 과정과 위생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믿을 수 있는 제조사의 제품인지, HACCP 인증을 받았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건조 방식에 따른 건어물의 변화와 쫄깃함의 비밀을 함께 알아보았습니다. 단순히 말리는 과정을 거치는 것만으로도 건어물은 놀라운 변화를 겪으며, 각각 고유의 맛과 식감을 갖게 된다는 사실이 정말 흥미롭지 않으신가요? 오늘 알려드린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식감과 풍미를 가진 건어물을 선택하여 더욱 풍성한 미식 경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즐기는 쫄깃한 건어물은 분명 여러분의 하루를 더욱 즐겁게 마무리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