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 우리나라의 담배 제품 이용률이 3년 연속 증가했다는 질병관리청의 발표는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하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담배 시장은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습니다.
전통적인 연초 담배의 시대가 저물고, 그 자리를 궐련형 전자담배가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흡연 문화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세계적인 담배 기업 필립모리스가 오랜 역사와 상징성을 지닌 '말보로' 브랜드의 점진적인 퇴장을 선언하고, 전자담배 사업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혁신적인 전략을 발표한 배경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요?
1. 흡연율 상승의 숨겨진 그림자: 전자담배 시장의 폭발적 성장
겉으로 드러난 담배 제품 이용률의 증가는, 단순히 흡연 인구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2024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듯, 일반 담배 흡연율은 꾸준히 감소하는 반면, 액상형 및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의 자료는 이러한 변화를 더욱 명확하게 뒷받침합니다.
지난해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소매 판매 시장 규모는 무려 3조 5546억 원에 달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약 10%나 성장한 수치입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가 4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자담배 시장은 더 이상 주변적인 존재가 아닌, 담배 산업의 핵심적인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2. '말보로'의 역사 속으로: 필립모리스의 결단
급변하는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미래를 향한 담대한 발걸음을 내딛는 기업이 바로 한국필립모리스입니다. 2025년 2월, 그들은 혁신적인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 '아이코스 일루마 i(IQOS ILUMA i)' 시리즈를 공개하며 동시에 충격적인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바로 자신들의 상징과도 같았던 연초 담배 브랜드 '말보로'의 '종말'을 예고하며, 궐련형 전자담배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완전히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입니다.
필립모리스 대표이사는 신제품 발표회에서 "이제 말보로는 박물관으로 보내겠습니다"라고 단호하게 선언하며, 더 이상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실제로, 2023년 말 기준으로 아이코스의 연간 순매출이 이미 말보로의 매출을 넘어섰다는 사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선언이 아닌, 현실적인 전략임을 뒷받침합니다.
3.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치열한 경쟁
물론, 필립모리스 앞에는 순탄치 않은 길이 놓여 있습니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이미 강력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KT&G의 '릴(lil)'과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IQOS)'가 시장 점유율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BAT글로만스와 JTI코리아 역시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며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KT&G의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은 약 46%, 한국필립모리스는 약 45%로, 1%포인트 내외의 박빙 승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전자담배 시장을 선도했던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 일루마' 출시 이후에도 꾸준히 신제품을 선보이며 선두 탈환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4. 소비자의 새로운 선택: '연기 없는' 쾌적함을 찾아서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왜 일반 담배 대신 궐련형 전자담배를 선택하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담배 냄새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개인적인 불쾌감 증가입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에 비해 냄새가 덜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흡연을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맛과 혁신적인 기술이 적용된 전자담배 기기의 등장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새로운 흡연 경험을 제공하며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5. '담배 연기 없는 미래'를 향한 의지와 ESG 경영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은 단순히 제품 라인업을 바꾸는 것을 넘어, '담배 연기 없는 미래(Smoke-Free Future)'라는 더 큰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비연소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혁신하고, 전체 매출의 3분의 2 이상을 이러한 제품에서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입니다.
이는 과거 '굴뚝 산업'의 이미지를 벗고,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변모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PMI는 비연소 제품 연구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집중하고 있으며,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여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야체크 올차크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 회장은 "전자담배 전환 속도가 빠른 국가에서는 향후 10년 내 일반담배 판매가 종식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하며, '말보로' 시대의 종말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했습니다.
흡연율 증가라는 다소 우려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담배 시장은 전자담배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혁신적인 기술과 '담배 연기 없는 미래'라는 야심찬 비전을 제시하는 필립모리스가 있습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말보로' 브랜드를 뒤로하고, 과감하게 전자담배 시장에 '올인'하는 그들의 행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혁신만이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